2024년 전시 리뷰/12월 전시

부산 전시회 | 신원준 개인전 《Krill Odyssey》 좌천역 근처, 1층-3층까지 아트웨이갤러리에서

feart 2024. 12. 26. 15:3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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안녕하세요, 페아르입니다. 추운 겨울 날, 저는 이번 주말에 따뜻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주는 이야기를 만나고 왔습니다. 이 전시는 작은 존재인 크릴의 시선으로 우리 삶을 은유적으로 풀어낸 작품들로 가득한 전시였습니다.

좌천역 근처, 부산 전시회는 처음입니다. 아트웨이갤러리에서 열린 평범하지만 묵직한 삶의 질문들을 던지는 이 전시를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.

 

 

 

작은 새싹과 남루한 뗏목

전시는 ‘나는 크릴이다’라는 말로 시작됩니다. 바다에서 태어난 크릴에게 주어진 것은 작은 새싹과 낡은 뗏목뿐. 그 뗏목에 몸을 의지한 채 바다를 떠다니는 크릴의 모습은 저의 인생과 닮아 있었습니다. 저 역시 선택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첫 발을 내딛고 방향 없는 여정을 시작하게 되니 공감이 되었습니다.

처음엔 막연히 떠다니기만 하던 크릴은 곧 자신보다 거대한 존재인 흰수염고래를 마주합니다. 전시 공간 속 고래의 거대한 형상은 보는 이를 압도합니다. 크릴에게 고래는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이자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대상입니다. 전시에서는 고래와 함께 한다는 느낌의 메시지도 있었지만 “고래를 이겨야 한다”는 강박도 있었습니다. 그 강박은 삶 속에서 느끼는 경쟁과 비교를 떠올리게 했습니다.

 

 

 

따개비 속 새싹과 계획의 시작

그러던 크릴은 고래의 등 위에 붙어있는 작은 따개비를 발견합니다. 그리고 새싹을 그 안에 옮겨 심으며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죠. 따개비는 크릴에게 이상향의 상징처럼 보였습니다.
전시 공간에서 따개비 속 새싹을 표현한 섬세한 작품들은 크릴의 간절함과 희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. 작은 따개비 속에서 시작된 삶은 고래라는 두려움을 마주하고도 버틸 수 있는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.

 

 

 

새싹이 나무로 자랄 때

시간이 흐르며 따개비 속 새싹은 나무로 자라납니다. 갤러리에 설치된 나무 형상은 따스함과 안정감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었습니다. 나무가 주는 안정감 덕분인지 크릴은 더 이상 고래를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습니다. 오히려 그곳에서 안주하며 살아가기로 합니다.


이 부분에서 저는 크릴의 나태함이 부정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. 안정된 환경에서 느끼는 나태함은 어쩌면 제가 삶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
 

 

 

크릴, 나 자신을 비추는 거울

전시를 관람하며 크릴이 작가 자신뿐만 아니라 관람을 하고 있는 제 자신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. 바다는 질문의 시작점이자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공간이고 뗏목은 우리가 태어날 때 주어진 환경입니다. 고래는 제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사회적 압박이나 사람들, 혹은 거대한 장애물로 볼 수 있습니다.


따개비는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향을, 새싹과 나무는 자아 실현을 상징합니다. 이처럼 전시의 모든 요소는 은유적이면서도 친근하게 다가와 개개인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듯한 느낌을 줬습니다.

갤러리를 나오면서 내 삶 속 고래는 무엇일까? 나는 어떤 따개비를 찾아 새싹을 심어야 할까? 그리고 지금 나는 나무로 자라있을까, 여전히 새싹일까?
이 질문들은 전시가 끝난 후에도 저를 오래도록 붙잡아 두었습니다. 시각적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고, 삶과 연결된 깊은 성찰을 이끌어내는 점에서 이 전시는 정말 좋았습니다.

크릴의 이야기는 환상적인 동화가 아니더라고요. 저의 삶과 아주 닮아 있기에 더 와 닿았습니다. 작은 새싹에서 나무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함께하며 저는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.
혹시 이 글을 읽고 이 전시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꼭 방문해 보세요. 바다 위를 떠도는 크릴의 이야기가 여러분에게도 따뜻한 위로와 새로운 질문을 던져줄 겁니다.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!

항상 블로그 방문은 감사드립니다.

 

 

 

 

전시명 | 신원준 개인전 《Krill Odyssey》
전시기간 | 2024.12.03(화) – 2024.12.20(금)
운영시간 | 11:00-18:00 (월 휴무)
전시정보 | https://www.instagram.com/reel/DDL-rNFvzpK/?utm_source=ig_web_copy_link&igsh=MzRlODBiNWFlZA==
관람료 | 무료
주소 | 부산 동구 정공단로 9 F1-F3 아트웨이갤러리
네이버지도 | https://naver.me/x0UYeUxf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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